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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면적 125㎡(38평)에 약 15억원을 들여 지은 청담동 소형 건물.인근 지역은 아티스트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임대 수요가 꾸준하다. photo 정복남영상미디어기자 |
예전 같으면 외면당했던 자투리 택지에 소형 건물을 짓는 현상은 올초부터 확산되기 시작, 하반기 들어서면서 일종의 붐처럼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지난 몇 년 새 땅값이 급상승하면서 대규모 부지 매입이 쉽지 않게 되자 자투리 땅을 활용한 소형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 청담동 일대엔 디자이너, 아티스트, 큐레이터 등 아기자기한 작업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임대가 쉽다는 점도 미니빌딩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청담동 뒷골목엔 수십 곳의 부동산 업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인근 H부동산 관계자는 “재력있는 주부들이 ‘소형 건물을 짓고 싶다’며 문의해 오고 있다”며 “일부는 임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는 향후 평가차익을 겨냥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3년 전 3.3㎡(1평)당 평균 2500만~3000만원가량 하던 청담동 인근 부동산 택지 매매가는 최근 3.3㎡당 평균 3000만~3500만원 안팎으로 지난 3년간 20~40%가량 뛰어올랐다.
땅값 평당 3000만~3500만원 선
대 표적인 곳이 청담동 123번지 일대. 청담사거리~영동대교로 이어지는 큰길 뒤쪽에 위치한 이곳은 최근 들어 미니빌딩이 밀집한 일종의 ‘블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동원건설이 이 일대 단독주택지 10여곳을 매입, 8~10동에 달하는 미니빌딩 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첫 작품은 지난 6월 준공된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소형 건물. 이 회사의 송재엽(43) 대표는 1960년대에 지어진 낡은 주택을 최근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지하 1층, 지상 4층’의 미니빌딩으로 변신시켰다. 대지 면적은 91㎡(27.5평)에 불과하지만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의 비율)이 59%인 데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연면적의 비율)은 151%이기 때문에 건축 면적 54㎡(16.3평)에 연면적 226㎡(68.3평)에 달하는 어엿한 소형 건물이 탄생한 것이다.
‘지하 1층·지상 4층’의 깜찍한 미니빌딩 설계를 맡은 무운건축의 변문수(43) 대표는 “단독 주택지를 여러 필지 매입해 대형 빌라나 연립주택을 지을 경우 수익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도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릴 수는 없다”며 “그래서 유럽이나 일본의 작은 도시처럼 동일한 콘셉트를 가진 여러 채의 미니빌딩을 조성, 인간과 도시와 건축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청담동 123번지 일대의 현재 땅값은 3.3㎡당 3000만~3500만원 선.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모서리나 길가에 접한 택지는 3.3㎡당 5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동원건설 송 대표는 “3.3㎡당 3000만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치와 가격이 적절한 곳을 찾아 발품을 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니빌딩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평균 380만원 안팎이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91㎡(27.5평)인 택지를 3000만~3500만원 선에 매입해 미니빌딩을 짓는다면 부동산 매입비로 8억2500만~9억6000만원, 공사비로 2억590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여기에 설계·감리비로 1500만원을 잡을 경우 약 11억~12억3000만원을 투자하면 청담동에 미니빌딩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청담동 123번지 일대의 평균 임대료는 일정치 않다. 건물이 얼마나 행인의 눈에 띄느냐, 그리고 얼마나 튀느냐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진다. H부동산 관계자는 “임대료는 천차만별”이라며 “굳이 평균을 따지자면 지하층은 3.3㎡당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가 100만원가량, 1~2층의 경우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0만원가량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동원건설 송 대표는 “전세기준으로 3.3㎡당 1000만~1200만원 정도 잡는 것이 최저 수준으로 안다”고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91㎡ 택지에 지은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빌딩의 연면적은 226㎡(68.3평)이므로, 지하 1층~지상 4층이 모두 임대될 경우 전세보증금으로 6억8300만~8억1900만원을 뽑을 수 있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향후 빌딩의 평가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자라면 미니빌딩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빌딩 1~4층엔 디자이너 사무실, 플로리스트 사무실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무운건축 변 대표는 “나란히 붙어있는 미니빌딩 여러 채의 지하층을 하나로 확장해 공연용 문화공간을 만들어 도쿄 뒷골목 같은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익률 노리고, 도시 미관 살리고
- ▲ 91㎡(27.5평)의 자투리 땅에 약 12억원을 투자해 지은 청담동 미니빌딩. 6% 이상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photo 정복남 영상미디어 기자
이 대표는 “원래 사옥으로 쓸 빌딩을 신축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는 “마땅한 장소를 찾던 중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낡은 단독주택을 발견, 이곳을 매입해 작은 빌딩을 지었다”며 “작은 면적이지만 공간을 최대한 활용, 더 큰 효용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하루이틀 만에 이 땅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는 “3년이란 시간을 투자해 꾸준히 ‘매물’을 살폈고 그러던 중 적절한 곳을 발견해 매입하게 됐다”고 했다. “40년 동안 청담동에 거주하셨던 집주인이 결국 가격을 내리셨어요. 그걸 알고 잽싸게 달려가 낚아챈 거죠.” 이 대표는 “잘만 찾으면 아직도 쓸 만한 땅이 제법 있다”며 “꾸준히 관심을 갖고 틈날 때마다 시장조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2층은 임대, 3~4층은 주택 활용
이 대표의 아뜰리에는 ‘강한 포스’를 뿜어냈다. 건폐율이 대지면적의 절반(50%)밖에 안되는 탓에 층당 사용면적이 62.7㎡(19평)에 불과했지만 공간을 잘 활용한 덕에 실제 이상으로 넓게 느껴졌다. 이 대표는 “평소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관심을 가져 왔다”며 “잊고 지나칠 수 있는 숨은 공간까지 잘 활용해 사용하는 것이 미니빌딩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미 니빌딩은 도시의 재생이란 관점에서 볼 때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대형화·획일화된 강남의 ‘빌딩숲’ 속에 작고 개성있는 건물들이 자리하게 되면서 독특한 거리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무운건축 변 대표는 “단독주택의 리모델링은 도시 재생 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기존의 것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온고지신’의 미(美)를 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수 익률 측면에서도 미니빌딩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동원건설의 첫 미니빌딩인 청담동 123번지 일대 리모델링 빌딩은 준공과 동시에 1~4층 임대가 완료됐다. 현재 지하 1층만 비어있는 상태로, 대지면적 91㎡에 불과한 이곳이 6%대 수익률을 웃도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청담동 일대는 패션, 웨딩홀, 와인, 갤러리 등으로 상징되는 문화의 거리.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청담동은 사진 스튜디오나 메이크업 숍, 플로리스트 등 유행을 주도하는 아티스트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다른 지역보다 임대료가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임대 수요가 발생한다”고 했다.
동원건설 송재엽 대표는 “예전에는 198㎡(60평) 미만의 소규모 땅은 빌딩 부지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자투리 땅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미니빌딩이라도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면 대규모 빌딩보다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니빌딩을 지어 1~2층은 임대를 주고, 3~4층은 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향후 건축문화의 한 축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출처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132100019&ctcd=C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