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유치원부터 필수 과목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기차를 타고 2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밀힐카 운티 고등학교. 학생들이 제도기구와 공작기계를 갖고 제품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설계작업이 한창이다. 디자인과 테크놀로지(Design and TechnologyㆍD&T) 교육과정이다. 소 비자에 대한 연구부터 사용자 편의성, 인간공학 등을 다룬다. 직접 제품을 설계하고 만들어 보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과정이다.
이 학교 D&T 주임교사를 맡고 있는 아만다 디비히(Amanda Divighi) 는 "학생 들은 디자인 교육과정을 통해 물건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 하고 발전시켜 어떤 재료를 갖고 어떤 방법으로 성형해 만들어갈지 스스로 해결하게 된 다"고 말한다.
영국은 지난 90년대 초부터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디자인을 영어 수학 과 학 체육과 함께 의무교육 과정의 하나로 가르치고 있다. 70~80년대에는 선택과목으로 가르쳤으나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에 좋 은 성과 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의무교육으로 정착시켰다.
영국의 학교 커리큘럼은 크게 4단계로 분류된다. 5~7세의 어린이들을 위한 1단계, 7~10세를 위한 2단계(여기까지가 우리의 초 등학교에 해 당하는 Primary School), 11~14세의 3단계, 15~16세의 4단계로 나뉜 다. 그리고 17~18세는 직업을 준비하거나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활용 한다.
5세부터 16세까지 받는 의무교과 과정에 D&T가 포함되고 5세부터 14 세까지 는 디자인과 아트(Design and ArtㆍD&A)를 병행해 필수과목으 로 배운다. "50년대와 60년대에 남학생은 나무 및 금속세공, 기술스케치 등을 배 웠고 여학생은 요리하는 법, 바느질하는 법을 배웠죠.
선생은 일방적 으로 지식 을 전달하는데 그쳤고 학생은 재미가 없어도 교육에 타율적 으로 참여했 죠." 아만다 선생은 "이런 교육에 대해 문제점을 느낀 교육학자들이 중심 이 되어 긴 세월동안 개편작업을 거쳐 마침내 90년대 초 지금과 같은 커리큘 럼이 정착됐다"고 말한다.
여기서 다뤄지는 D&T 문제를 살펴봤다. 섹션A에서는 디자이너가 논의해야 할 사용자의 측면과 환경과의 관계 를 감 안해 문제해결 대책, 대량 생산할 때 재질의 특성까지 설명하라 고 요구하 고 있다. 섹션B에서는 세 사람이 앉는 쇼핑몰 안의 공공벤치를 2개의 안으로 디자인하 고 3차원 도안까지 마무리 해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 같은 문제를 주고 답을 제시하라고 해도 고 개를 절 레절레 흔들 수준"이라고 취재에 동행한 전문가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이들도 "사물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며 세상을 진취적으 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디자인을 위한 학습교재는 너필드(Nuffield), 영국왕립디자인학회(RS A) 등 에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고 다양한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창안해 영국 디자인 교육 향상에 기폭제 구실을 하고 있다. <런던 = 김완묵 기자>